[사설] 대형병원, 이참에 중증환자·전문의 중심으로 바꿔야

입력 2024-03-11 17:45   수정 2024-03-12 06:55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파업이 3주를 넘겼지만 다행히 ‘대란’ 수준의 진료 차질 없이 의료 체계가 굴러가고 있다. 빅5 병원 등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만 가려 받으면서 경증환자들이 중소형 병원으로 적절히 분산된 덕분이다. 실제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는 중증환자는 전공의 파업 전과 비슷하지만 경증환자는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대형병원의 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대형병원 쏠림’이 너무 심했다. 보통 선진국에선 동네병원(1차 병원)이나 중형병원(2차 병원)에서 치료하기 힘든 중증환자와 응급환자만 대형병원(3차 병원)에 간다. 반면 국내에선 경증환자도 너무 쉽게, 너무 자주 대형병원을 찾는다. 빅5 병원의 외래환자는 하루 1만 명 안팎에 달할 정도다. 도쿄대 의대 병원의 외래환자가 하루 3500명 정도인 것과 대비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상급종합병원·권역의료센터 응급실 환자 221만8942명 중 중증환자는 10.6%에 그쳤다.

이참에 대형병원을 중증환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전공의 파업 이후에도 대형병원이 동네병원에서 할 수 있는 진료까지 ‘백화점식’으로 하는 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형병원이 중증환자만 보더라도 경영에 문제가 없도록 의료 수가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개인 부담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도한 전공의 의존 역시 손봐야 한다. 세계적 병원인 미국 메이요 클리닉 로체스터 본원과 일본 도쿄대 의대 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10% 정도다. 반면 국내 빅5 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평균 39%이고 서울대병원은 이 비율이 46%에 달한다.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수련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다. 이런 수련의가 의료 체계의 정점에 있는 대형병원의 주축을 이루고 이들이 이탈하면 대형병원 진료가 흔들리는 현실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그동안 대형병원은 교수나 전문의보다 인건비가 싼 전공의를 대거 투입해왔다. ‘전공의 갈아넣기’가 아니라 전문의 중심으로 진료체계를 수술해야 한다.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함께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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